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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쁘고 곱게도 피었네 진달래"꽃,,,

오색장미빛 2012. 4. 13. 06:16

 

 

 

 

 

 


꽃과 꽃 사이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글/지은이/ 류기봉

 

 

카렌다를 본다
까마귀둥지 안의 보름달이 눈을 껌벅 이고 있다
사월의 칙칙한 달력 누구에게 눈을 껌벅 일까

두리번 거린다


동네이발소의 면도사에게?
메밀묵 돼지갈비집 써빙아주머니에게?
달력을 넘길 때마다 되풀이되는 꽃과 꽃 사이
여기에 봄비가 있었다...


 

 

 

진달래 꽃
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글/지은이/ 윤제림
 
진달래는 우두커니 한 자리에서 피지 않는다
나 어려서, 양평 용문산 진달래 꽃 나무가
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
 
꽃피는 것을 본 일이 있다
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
못 타보고 딸네 집까지 걸어서
다녀오시던 외할머니 쉬는 자리마다
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
 
오는 길에도 꽃을 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,
진달래 꽃은 한 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
외할머니 치마꼬리 붙잡고 외갓집 뒷산까지 와서
하룻밤을 더 자고, 나서야 그제서 지는 것이었다

왜,일까? 할머니 이제는 꽃나무 꺽어오지 마세요,,,
 
 
 
 
  화 분
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글/지은이 / 이승희
 
늙은 토마토는 자라는 것을
멈추고 좀처럼 늙지 않았다
 
나 이제 늙어서 더 늙을 게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
사각의 흰 스치로폼이 거품을 물고 늘어지는 시간입니다
 
어두워 지길 기다려 뱀처럼 고개를 쳐든 버섯들
그네 타는 아이의 흰 발목처럼 귀두를 쑤욱 내밀며
토마토의 발밑에 제 뿌리를 박아 넣고 집 한 채 짓습니다
 
고요조차 몸 둘 바를 몰라 비린내를 풍기는
비밀스런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고
화분은 고요했습니다
 
아침이면 버섯은 실처럼 가늘어져
흔들리는 이빨을 매달고 사라졌습니다
 
내 생은 자꾸만 제목이 바뀌는 책
제목 없이 시작되는 영화 같습니다